[이 아침에] 달려라! 하루 우라라
2003년 12월 14일, 일본의 고우치현에 있는 고우치 경마장은 열기로 가득했다. 일류 경주마들이 출전하는 대회에서 밀려났거나 은퇴 직전의 경주마, 혹은 삼류 경주마가 참가하는 최하급 지방 경마대회임에도 불구하고 그날은 지역 주민뿐 아니라 다른 지방에서 온 단체 관람객 수천 명과 100여 명의 취재진까지 북새통을 이뤘다. 사람들의 관심은 작고 늙은 경주마에게 집중되었다. 단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는 ‘하루 우라라’라는 이름의 경주마였다. ‘하루 우라라’라는 ‘화창한 봄날’이라는 뜻이지만, 경주마로서 ‘하루 우라라’는 우울한 날의 연속이었다. 1등만 인정되고 나머지는 모두 패배라고 여겨지는 경마에서 매번 열심히 달리기만 할 뿐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루 우라라’는 태어날 때부터 발목이 가늘고, 몸집은 작았다. 다른 말에 비해 폐활량도 떨어져 달리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성격도 예민해 경주 전에는 여물도 먹지 않아 정작 경주에 나가면 힘을 못 썼다. 네 살을 전성기로 치는 경주마에게 여덟 살인 ‘하루 우라라’는 은퇴할 때를 한참이나 지난 노쇠한 말이었다. 많은 사람이 경마장에 모인 그 날은 ‘하루 우라라’가 100번째 경주에 도전하는 날이었다. ‘생애 첫 우승이냐? 아니면 100번째 패배냐?’ 많은 관심과 열띤 응원에도 불구하고 ‘하루 우라라’는 그날도 어김없이 우승에 실패했다. 비록 우승은 못 했지만, 스탠드를 가득 메운 관중은 100번 연속해서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달린 ‘하루 우라라’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렇게 매번 달리지만 우승 한 번 못 하는 ‘하루 우라라’를 찾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회사를 위해 평생 성실히 일했지만, 명예퇴직을 당한 사람들이 ‘하루 우라라’를 보면서 위로를 받았고, 말기 암 환자도 ‘하루 우라라’에게서 용기를 얻었다. ‘하루 우라라’는 경제 위기에 빠진 일본인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꼴찌 말의 사연이 보도되면서 폐장 위기에 있던 고우치 경마장이 활기를 되찾았다. 1등만 박수받는 세상, 성공이 기준이 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달릴 때마다 꼴찌를 도맡아 하는 이 말을 응원하기 위해 경마장을 찾았다. 결국 ‘하루 우라라’는 은퇴할 때까지 113번 경주에 나가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지만, 그 누구도 실패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우승은 못 했지만, 단 한 번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적이 없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보다 앞서가라고 부추기는 세상에서, 더 빨리 달리라고, 조금만 더 힘을 내라고 채찍질하는 세상에서 이민자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성실과 인내로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인정은 다른 사람의 몫이 될 때가 많다. 열심히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할 때도 많았다. 그런 이들에게 ‘하루 우라라’는 이렇게 말한다. “꼴찌면 어때, 후회 없이 달려왔잖아. 그러면 된 거야.” 우리는 오늘도 세상이라는 경주장으로 나간다. 꼴찌면 어떤가? 달릴 수 있는 멋진 세상이 있지 않은가? 거기서 또 한 번 힘껏 달려보자.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이 아침에 삼류 경주마가 일류 경주마들 정작 경주